북미 정상회담 성공 방안 구상
소식통 "북 체제안정보장 성격"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자 종전선언(3자 종전선언)에 ‘한반도 전쟁 종결 선언’과 ‘불가침 확약’ 등의 핵심 내용을 담으려 노력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에서 남북, 북-미 군사 대결이 끝났다는 정치적 선언에 더해 남북 및 북-미 사이의 ‘불가침 확약’을 하겠다는 복안인데, 핵심은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확약이다. 3자 종전선언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체제안전보장 방안의 하나로 삼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과 항구적 평화체제 진입에 필요한 논의·실천에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런 구상을 협의하며 정상 차원의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고 전해진다.
최근 한반도 정세 흐름에 정통한 소식통은 4일 “종전선언을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쟁점인 ‘대북 체제안전보장’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애초 ‘3자 또는 4자’로 출발한 종전선언을 문 대통령이 최근 들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라 거듭 강조하고 있는 데에는 이런 구상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종전선언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났다는 정치 선언인데 여기에 3자의 불가침 확약, 특히 미국의 북한에 대한 불가침 확약을 추가해 대북 군사적 체제안전보장책의 성격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가침 확약’의 절실함은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가 남북, 북-미 사이에 이중적으로 이뤄져온 역사적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불가침 확약은 남북 사이엔 이미 여러 차례 있었지만, 북-미 사이엔 공식적으로 이뤄진 적이 없다. 남북은 1992년 2월 발효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의 ‘제2장 남북불가침’에서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략하지 아니한다”(9조)며 ‘불가침 확약’을 처음 했다.
반면 북-미는 2000년 10월 ‘공동 코뮈니케’를 통해 ‘상호존중’ ‘내정 불간섭’ ‘적대 포기’ 등을 선언했으나 불가침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3자 종전선언에 미국의 대북 불가침 확약을 포함시키려는 역사적 배경이다.
‘군사적 체제안전보장으로서 3자 종전선언’은 최근 다각적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방식의 정세 돌파 와중에 진화·구체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애초 ‘종전’ 문제를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2017년 7월6일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라며, ‘평화체제 입구론’ 측면에서 원론적으로 제기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도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나기로 했다”며, 종전선언의 주체를 ‘3자’로 특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과 ‘5·22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함께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발표하더니(청와대), 김 위원장과의 ‘5·26 통일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선 자청해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한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를 할 경우에 미국에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체제안전보장으로서 종전선언’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종전선언 구상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과 각각 협의했다”며 “두 정상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백악관에서 만난 직후 ‘종전선언’ 관련 질문에 “우리는 한국전쟁을 끝내는 문제를 논의했다”며 “그것도 (북-미 정상) 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것(중의 하나)”이라고 밝혔다. ‘종전선언 논의’의 공식화다.
‘3자 종전선언’ 추진의 또 다른 쟁점은 ‘중국 반발 우려’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중 정상 차원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두고 이견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통한 소식통도 “문 대통령이 3자 종전선언 추진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시점이 시진핑 주석과 전화 협의 이후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두 정상 사이에 양해가 있었다고 봐도 좋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5월4일 전화 협의를 통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중 두 나라가 긴밀히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청와대), ‘3자 종전선언 → 4자 평화협정 논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된다. ‘종전선언’은 한반도에 군사력을 두고 대치하는 남북과 북-미 사이에 하고, ‘평화협정’은 1953년 정전협정의 (사실상) 주체이자 한반도의 핵심 이해 당사국인 남·북·미·중이 모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접근법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자 종전선언(3자 종전선언)에 '한반도 전쟁 종결 선언'과 '불가침 확약' 등의 핵심 내용을 담으려 노력중인 것으로 전해...